2008.친정아버지 생신때...백운호수에서...
어린시절 우리집엔 자그마한 옥상이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선 나무와 얼기 설기 엮인 철망을 구해서
뚝딱뚝딱 무얼 만드셨다.
다름아닌 닭장을 만드신거였다.
멋지고 큼지막하게 지붕도 만드시고 닭들이 모이를 먹을수 있는 모이통도 만드시구...
철망을 바닥에 달고 그 밑으로 배설물이 잘빠지도록 닭장 다리도 만들어 근사한 닭장이 완성된것이다.
지금의 용산 전자상가는 내 어린시절엔 서민들의 밥상을 책임지던 재래시장이었다.
그곳에서 어머니는 모든 반찬거리를 저렴하게 해결하시곤 했는데...
그곳에서 아버지는 병아리를 30~40마리 정도를 구입하셔서는
손수 만드신 닭장에 기르셨다
아침이면 옥상에 올라가셔서 병아리들을 풀어놓으시고는
용산 시장에서 손수 주워오신 배춧잎을 잘게 잘게 잘라 사료에 정성껏 섞어 모이를 물과함게 주셨다.
작고 노오란 병아리들은 삐약삐약 소리를 내며 밥도 먹고... 물 한모금 먹으며 하늘을 쳐다보곤 하는데...
어린 난 그병아리의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그렇게 하루 이틀... 아버지의 정성이 쌓여가며 병아리들도 탈없이 잘자라 주어 수탉이 되고 암탉이 되고...^^
아버지의 그 즐거움은 크셨던것 같다..
나 역시도 아버지를 따라 옥상에 올라가 고녀석들 커가는 모습에 마냥 신나했던 기억이 있으니..
어느 날 학교갈 준비를 하는데
옥상에서 우렁찬 수닭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머니는 무슨 낌새를 알아차리신 걸까...작은 바구니 하나 들고 옥상으로 가시더니
방금 낳은 따끈한 달걀을 하나 가지고 내려 오신다.^^
귀하디 귀한 것이라며 장남에게 날로 주신다.
쳇~!!! 맨날 큰오빠만 챙기시구...
어린 난 주신다 해도 비유가 약해 먹지 못하면서두 셈이 나
토라져 버리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닭이 주는 기쁨을 누려가는중...
집에 친척들이 오셨다.
모처럼 만의 만남이라 어머니는 이것 저것 음식 준비에 바쁘셨고...
아버지 역시 풍로(도시까스도 없고... 프로판까스도 없던 시절..연탄대신 불을 붙여 쓰던 ..)위에
커다란 솥을 올려 물을 끓이신다.
그러시더니 옥상에 올라가 닭을 잡아오시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 뭐하는고야~!!>
<닭도리탕 하려구 잡는다~!!>
헉~~~
난 아버지가 닭을 잡는것을 보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더욱이 목에서 피가나오는걸 보았구...
목이 잘린 상태에서 살아 뛰어뎅기는 걸 보았으니...
그 닭은 벌겋게 조리되어 친척들이 모인 상에 올려졌고
가족들은 모두 맛있다하며 먹는다.
그릇에 담긴 뼈만 앙상하게 남은 닭을 보니
난 도저히 닭을 먹을 수가 없었다. 병아리로 우리집에 와서 그 노닐던 모습이며..
점점 성장해 가는것을 본 난 도저히 닭도리탕을 먹을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도 아버지께서는 무슨 날이면 닭을 잡곤 하셨는데
난 그날 이후로는 닭도리탕엔 손도 안대었다.
닭도리탕은 물론이고 삼계탕 조차도 먹질 않았다.
그렇게 오래도록 ...
1991년 결혼을 하고 첫아이 임신했을때 입덧이 심해 시아버님께서 지어주신 보약도 못먹었을때이다
시어머님께서 삼계탕을 끓여주셨는데...
얼마나 맛이 구수하게 나는지...
옛날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 삼계탕 한그릇을 게눈 감추둣 뚝딱 먹었던 기억이 있다.
아기를 가진 어미의 본능이었을까....
뭐라두 입에서 당기면 먹어야 아기에게 영양이 간다는것을...
그후론 삼계탕도,,,닭도리탕도 모두 잘먹으니...
옛일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자식에게 좋은것 먹이시고픈 생각에 비싼 쇠고기는 아니어도 손수 병아리를 키워 자식입에 넣어주셨던 아버지
아버지는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북에서 홀홀 단신으로 월남하셔서
가정을 이루신 외로운분이시기에
무척 정이 그리우셨던.. 그리고 정이많으셨던 분이다.
결혼을 하고 나서야...
또 자식을 키우면서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되었으니 정말 철없는 딸이다
고집스럽고 융통성이 없으셨던 아버지
어릴땐 답답하기만 했던 아버지가 이젠 연민으로 다가 오신다.
백발이 성성해지신 77세의 우리 아버지...
그래도 건강하시니 감사하고 감사할 일이다.
"아버지...
표현은 못하지만 건강하게 지내세여..
어릴적 사진처럼 떠오르는 아버지의 작지만 큰사랑,,기억하고 있어요..
아버지 감사하고 감사해요...
닭을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나요..^^
지척에 살면서..
차로 가도 40분거리인데도 자주가지 못해 늘 죄송해요..
아버지...
건강하게 사세요...
^^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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